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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의 시대다. 어딜 가도 터치스크린 없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다. 핸드폰은 기본이고 ATM에 교통 카드 충전까지. 게다가 이젠 영화 티켓도 터치스크린을 사용해 구매한다.

그러니 자연히 큰 화면으로 개인 정보와 관련된 각종 숫자를 입력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ATM이야 양 옆이 막혀 있고, 앞에 거울도 달려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누가 볼까 두려운 것은 어쩔 수 없다.

인셉션을 보러 왕십리 CGV에 갔었다. 카드 결제를 하려는데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라고 하더라. 바로 짜증부터 났다. 평소에 전화로 주민등록번호를 불러달라는 상담원을 만나거나, 아무렇지도 않게 주민등록번호가 어떻게 되냐고 물어보는 매장 직원을 만났을 때마다 솟구쳤던 바로 그 짜증이다. 이렇게 커다란 자동 티켓 판매기에서 저렇게 큰 버튼으로 민번을 입력하라니! 생각이 있는 건가?

그래도 지금 와서 번호표를 뽑기도 귀찮았기에 난 그냥 빨리 누르고 결제를 끝내려 했다. 그런데 어? 숫자 배열이 이상했다.

CGV의 랜덤배열된 숫자입력판

이런 방법도 있었구나! 물론 열심히 훔쳐보면 이것도 알아낼 수는 있겠지만, 적어도 기본 배열보단 훨씬 낫다. 숫자의 위치로 숫자를 추측할 수 있다면, 순서 자체를 바꿔버리는 발상이 멋졌다. 처음 보고는 이렇게 하면 어렵거나 혼란스러워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직접 입력해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

물론 공공장소에서 개인 정보를 입력하라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진 않다. 하지만 최소한 이 정도의 배려라도 해준 CGV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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