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은 끝난지 좀 됐다. 그럼 왜 한 동안 감감무소식이었느냐? 뭐? 보나마나 와우나 하느라 그랬을 거라고? 아니란 말이다. 평소라면 그랬을지도 모른다는 건 인정하지만 이번엔 아니란 말이다. 내가 그 동안 얼마나 와우를 하고 싶었는지 알기나 해? 그럼 대체 왜냐고? 그럼 내 일주일간의 비극을 들려주도록 하겠어…
사실 그 동안 대구에 있었다. 대학 진학 이래로 가장 장기 체류(6일)를 했다. 난 원래 집에 오래있는 사람이 아니다. 홀로 방에서 고독을 씹으며 와우나 하는 잉여가 아니었던가. 그러므로 처음엔 삼 일 이상 있을 예정이 절대 아니었다.
원래 계획은 화요일에 대구에 내려가 상콤하게 크리스마스 이브를 고등학교 동문회로 술과 함께 보내고 서울에 올라와서 고독을 씹는 것. 그런데 멋진 악재들이 다단계로 겹치면서 내 크리스마스 전후 일정을 완전히 박살을 내놨다.
그~ 첫번째. 동문회가 이틀 연기되었다. 이건 정말로 교묘해서 악의가 느껴질 정도다. 왜냐? 크리스마스 전야와 크리스마스 다음날 밤은 정말 엄청난 차이기 때문. 마치 송년회가 12월 30일에서 1월 1일으로 미뤄진 느낌이랄까?
덕분에 내 일정은 완전히 붕 뜨게 되어, 24일과 25일에 할 일이 정말 아.무.것.도. 없어졌다. 아니지, 26일 낮까지도 없었다. 난 적어도 이렇게 끔찍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아니, 여자와 함께 보내는 것 따위는 바라지도 않았다. 그래도 서울에 있었으면 와우라도 할 수 있고, 아니면 시즌권도 있겠다 스키장으로 날라서 열심히 보드를 타고 있어도 되었을 터. 정말로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크리스마스를 보낼 줄이야. 아, 행복해…
그래, 이것만으로도 난 충분히 우울했다. 그런 날 더 좌절하게 만들어준 건 몇 개의 문자였다. 24일 저녁에 영화를 보자는 어느 여성 분이 계시질 않나, 크리스마스날 여자 둘이서 놀 건데 나도 와달라고 하질 않나. 물론 두 건 다 장소는 서울이지. 하하, 나 대구라고. 빌어먹을, 나 대구라고, 대구라고!!!!!
평소에는 부르지도 않던 중생들이 대체 왜?! 비록 연인은 아닐지라도 그래도 여자와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게 공돌이 잉여 녀석에게 얼마나 큰 축복인데! 그 중 두 명은 사실 날 자주 부를 상황은 아니지만 어쨌든 이건 뭐… 그냥 날 부르지 않았던 걸로 해줘. 그래, 난 듣지 않았던 거야.
사실, 진심으로 24일, 25일 기차를 타고 대구에서 서울로 왕복할까 고민했다. 난 진지하게 이 고민을 하고 있는 나 자신도 서러워 죽겠고 표값 무서워서 움직이지도 못하는 빈곤 학생인 내 처지가 슬퍼 죽겠고, 이 와중에도 다 귀찮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내 깊은 곳에 내재된 잉여의 기운이 무서워 죽겠었다.
그리고 또 다른 문자. 24일에 만나서 놀자는 대구에 내려와있던 동창 친구. 덥썩 잡았더니 귀찮다며 그냥 동문회날 보자네? 자신도 눈치채지 못한 채 날 나락으로 떠미는 그 무정한 문자들을 보며 세월의 무상함과 삶의 가치에 대해 고찰하고 싶어졌다.
남자들은 안다. 그 짧은 문자들을. 몇 권 짜리 대하소설을 문자에 담아 보내더라도 돌아오는 답은 자음 몇 개인 경우가 많다. 신기한 건 그 문자로 대화가 가능하다는 건데, 시가 짧은 글로 표현하는 문학이라면 진정 남성들은 운문에 모두 득도한 것임에 틀림 없다. 아싸 난 시인
어라, 짧게 쓰려고 했던 글이 길어지는데다가 옆으로 열심히 새고 있다. 속성으로 나머지를 정리해보도록 하겠다.
그래서 결국 24일엔 TV+잠이 내 모든 것이었다. 25일엔 이 생활을 참지 못하고 PC방이라도 가려고 길을 나섰으나 컴들이 너무 후진 관계로 GG. 돌아오는 길에 만화책 네 권을 빌렸다. 결국 크리스마스는 만화책 네 권이었다. 아, 그래도 저녁을 먹고 나서 가족끼리 케잌이라도 먹었으니 그나마 한 것은 있구나. 크리스마스는 가족과 함께
라는 명언을 온 몸으로 실천했다. 나홀로집에는 안 봤다.
그리고 26일 밤 동문회로 열심히 술을 달렸고 쓰린 속으로 27일에 여명에 라면에 별 짓을 다한 후 기차를 타고 조금 전에 서울에 도착했다. 지금도 속이 별로 안 좋다. 읅
아, 몰라 이제 대기시간 끝났으니 와우나 할래. 안녕~
설마해서 덧붙인다. 늘 그렇듯 fact는 그대로에 가깝지만 감정은 과장되어 있음을 밝힌다.
- 카운트다운 (9)2010/02/07
- 하늘에서 첨삭 선생님이 내려와 (5)2010/01/07
- 드디어 서울 컴백 (10)2009/12/27
- 며칠새 정말 블로그 열심히 했네요 (6)2009/12/10
- 포토샵 CS4를 구하고 있는 내 처량한 모습 (8)2009/11/22
이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 저작자표시-비영리 2.0 대한민국 라이센스에 따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돈 받고 넘기지 말고, 내 이름만 적어 놓는다면 니 맘대로 해! OK?




결국 와우를 하는구나
무려 8개월이나 끊었지...
...
대구 있었냐....난 중학교 동창들이랑 노느라고 몰랐네.
아, 물론 난 남중 출신이야. ㅅㅂ.
동문회도 안 오고 잘하는 짓이다
ㅋㅋㅋ 즐거운 성탄절
난 엄마 친구들 가족이 모여서 망년회<<
아.. 2010이 다가온다
미래다..
원래 성탄절이나 새해에 별 의미를 담아놓지 않았는데.. 이 글 읽으니까 크리마스 전후로 잉여잉여한 내가 왠지 서글퍼져..
응 같이 슬퍼하자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서울 언제 와?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