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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글

시작하기 전에

난 틀린 맞춤법을 볼 때마다 거부감이 강하게 드는 편이다. 물론 장난으로 하는 국어파괴에는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편이지만주1, 그게 정말로 맞는다고 생각하고 쓰는 것을 보면 상당히 눈에 거슬린다. 문제는 나 또한 맞춤법을 그렇게 잘 아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며, 따라서 모르는 맞춤법은 틀려도 그냥 넘어간다는 것.

다른 말로 번역하면 개구리가 올챙이 적 생각 못 하고 깝치는 격이다. 내가 쓰는 글에도 군데군데 틀린 맞춤법을 자주 찾아볼 수 있다. 백과사전 같은 곳에서 날로먹은 겉껍데기같은 지식으로 전문가 앞에서 잘난척하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겠다.

하지만 그런 것을 단점이라고 생각하고 고친다면, 직접 도려내는 것보다 우회하여 개선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 맞춤법이란 하나의 약속이다. 오늘은 친구들이랑 싸우지안고 잘놀았어요!같은 문장의 문제점주2을 모르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사회적으로 혼란이 커질 것이라 단언할 수 있다. 내가 고칠 부분은 틀린 부분에 거부감을 가지는 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틀린 부분은 틀리다고 알고 있어야 한다. 다만 그것을 표현하여 상대방을 기분 나쁘게 하지 않도록 노력해야할 뿐.주3

그런 의미에서 맞춤법 이야기를 간간이 해볼까한다. 인트로를 따로 안 쓰고 이렇게 붙이는 이유는 애초에 글이 별로 안 길어질 것 같기도 한 데다가 맨날 인트로만 쓰고 연재를 안 하는 일이 많아서주4 어떻게든 스타트를 끊으려고 함이다. 당연히 당구 50이 30가르치는 꼴이 될 테지만, 잘못된 것을 주장하진 않도록 최선을 다해보겠다.

어려운 것의 복잡한 아름다움

한국어는 정말 어렵다. 한국어를 글로 옮기는 매개체인 한글과는 전혀 다르다고나할까.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아름다우며, 쉬우면서도 엄청난 다양성을 지닌 글자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한국어의 매력은 좀 다른 것 같다. 이견이 많겠지만 개인적으로 한국어의 아름다움이란 명쾌하고 깔끔한 과학적 아름다움이라기보다 손끝으로 문장을 어루만지는듯한 감각적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수식어의 종류와 세분화된 존댓말의 단계는 쉽고 깔끔하다는 것과는 거리가 있으니. 단순 축약성이 아닌 수많은 변칙적 신조어가 손쉽게 유행하고 처음 듣는 사람도 그 뜻을 미루어짐작할 수 있다는 것이 그 특징을 잘 반영해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맞춤법 준수를 요구할 때 반발이 많다. 과연 이 변칙 많고 복잡한 언어를 꼭 맞춤법 대로 써야하나 싶기 때문이다. 나 또한 글을 쓰면서 애매한 맞춤법을 사전을 자주 찾아보는 편인데, 이렇게까지 하는 귀찮음을 감수하라고 누구에게나 요구하는 것은 그냥 글 쓰지 말라고 하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을 것 같다. 뜻만 통하면 되지 않느냐. 완전히 틀린 말이라고 하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의미를 전달했다는 면에서 언어의 도리를 충분히 하지 않았는가.

그래도 역시 아는 것은 고치는 것이 옳다. 틀린 맞춤법은 대게 의미가 불명확하거나 가독성이 떨어지고 몰이해를 유도한다. 그리고 언어에 표준이 없다면 배우는 사람도 오히려 더 힘들고 혼란스러워질 것이고 언어 능숙자끼리도 소통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복잡한 것에 과학적 메스를 들이대어 해부를 해보자. 분명 오징어보다는 토끼가 해부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느끼는 또다른 숨겨진 아름다움이 있을 것이라 한 번 믿어보도록 하자.

너무 시작글이 거창하긴 한데?

써놓고 보니 지나치게 진지하게 시작을 끊어버렸다. 난 이렇게 심각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 절대 아니다. 이런 개똥철학 같고 골 아픈 이야기는 이제 그만하도록 하겠다. 깔끔하고 간결한 짧은글을 목표로 하고 쓰도록 하겠다.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럼 이제 정말로 서문은 끝!

아무 데나 '요' 붙이지 말아주십시'요'

자주 볼 수 있는 실수 중 하나. 신문 안 보니까 제발 좀 꺼져주십시요.같은 문장은 어디서건 쉽게 보게 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대한민국엔 저딴 존대는 없다!는 사실. 그럼 어떻게 해야하냐고? 당근 하십시오가 맞는 표현이다.

대체 왜 그렇게 쓸까?

그렇다면 저렇게 쓰는 이유는 무엇인가? 물론 틀렸다는 사실을 몰라서 그렇겠지만, 저 사람들도 하십시오가 맞는 말이라는 것을 몰랐다고는 생각하기는 힘들다. 단지 하십시요가 틀렸다는 것을 알지 못했겠지. 왜 멀쩡히 있는 하십시오를 놔두고 하십시요를 선택하게 될까?

여러가지 생각을 해봤는데 아무래도 '~요'가 가지는 어감 때문이라고 본다. '~요'는 말 끝을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하도록 합시다.~하도록 하죠.의 느낌 차이라고나 할까? 하십시오의 상대방을 존대하는 느낌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하십시오가 너무 사무적으로 느껴져 부드러움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하지만 어찌되었든 틀렸다는 것. 삶이 수학문제는 아닐지라도 그 어떤 과목에서건 열심히 쓰기만 했다고 맞았다고 해주는 선생님은 없다. 하십시오는 아주높임 중 하나이며, 당연히 그 말투 또한 사무적이 될 수밖에 없다. 구어체에 가까운 부드러움을 쓰고 싶다면 하세요를 추천한다.

덧 : 높임이 의미하는 것

이왕 높임법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으니 하고 싶은 말이 좀 있다. 말 그래도 덧붙이는 글이므로 꼭 읽으실 필요는 없다. 같이 고민 좀 해보고 싶은 분들만 읽어보도록 하자.

박노자 씨께서 격식 높임(합쇼체, 하오체, 하게체, 해라체)을 지양하고 비격식 높임(해요체, 해체)을 쓰는 사회가 되어야 한국어가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 하셨다고 알고 있다.주5 지나치게 복잡한 높임 표현은 여러 갈등을 낳는 것도 사실이고, 배우는 사람에게 큰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기도 하다. 모국어로 사용하고 있는 한국 사람들도 많이들 헷갈리곤하니 뭐 더 할 말이 없겠다.

개인적으론 잘 판단이 서지 않는 문제다. 존대가 상대방에게 존경을 표하는 아름다운 방법이라는 것도 동의하지만 존대는 동시에 하대를 낳고, 상대의 위에 올라가려한다는 심리를 반증한다고 하는 주장도 충분히 동감한다. 아예 높임을 없애자는 것이 아닌, 비격식 높임이 더 일반적이 되도록 하여 존경을 표하면서도 상하관계를 이루지 않는 사회가 되길 바라는 박노자 씨의 말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복잡한 것이라고 굳이 쉽게 만들어야하는 것인가라고 하면 또 모르겠다.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표현이 줄어드는만큼 말의 다양성 또한 줄어들테고 잊혀지는 단어들도 많아지게 될 테니까.

일단 판단은 보류한다. 아마 사회가 개방되는만큼 자연히 높임법이 간소화되는 형태로 진행될 것 같고, 그런 변화에 딱히 거부감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는 정도로 내 생각을 정리하고 넘어간다. 하지만 분명하게 옳다고 생각하는 건, 이왕 격식 높임을 쓸 것이라면 잘못된 표현은 쓰지 않아야한다는 것. 해요/하십시오는 선택일 수 있지만 하십시요는 객관식 보기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을 테니까.

  1. 인생사 하나하나 진지하게 사는 건 너무 답답하지 않나?
  2. 일부러 덜 틀린 문장을 골랐다. 이 정도만 되면 별 거부감 없이 넘어가는 사람이 생각보다 꽤 많다.
  3. 쉽지 않다. 정말로 쉽지 않다.
  4. ㅈㅅ...
  5. 물론 정확하게 문장을 옮긴 것은 아니다.
2009/09/12 20:16 2009/09/12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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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빛냇물 2009/09/13 14: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많은 사람이 틀리는 건데…….
    '그게 정말로 맞다고 생각하고'에서 '맞다고'는 '바르다고' 또는 '맞는다고'로 고쳐 써야 함. '맞는다고'의 어감이 이상하긴 하지만 '맞다'는 분명히 동사이며, 형용사가 아님. '틀리다고'를 쓰려고 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틀린다고'로 써야 함. 표준국어대사전 참조. http://stdweb2.korean.go.kr/ '맞다'의 1번 뜻 1번 예문 참조 바람. '네 말이 맞다.'도 틀린 말이며, 사전에 나온 예문과 마찬가지로 '네 말이 맞는다.'로 써야 함. 원칙적으로는 '네 말이 틀리다.'도 틀린 말이며, '네 말이 틀린다.'로 써야 하고. '내가 학교에 가다.' 대신에 '내가 학교에 간다.'라고 써야 하듯이 동사는 으뜸꼴로 그냥 사용되지는 않음. 하지만 이쯤 되면, 그래. '맞다'와 '틀리다'가 사전에 동사, 형용사 두 품사를 갖는 것으로 나와야겠지. 현실이 그러니까.

    • 지하 2009/09/14 16: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맞다'는 좀 더 찾아보겠어.
      사실 납득하기 힘들다.

    • 지하 2009/09/14 17:14  댓글주소  수정/삭제

      일반적 용례에서는 '맞는다고'가 맞네.

      '~다고'의 경우는 동사가 아닌 형용사의 어간 뒤에 붙는군.

      하지만 의미하는 바를 생각해볼 때, '맞다'가 동사인 이유를 도저히 모르겠다. 이해할 수 없어. 전혀 납득이 안 돼.

      좋아, 일단 고치긴 하겠지만..

    • 지하 2009/09/14 17:17  댓글주소  수정/삭제

      상당히 거슬린다. 아, 써놓고도 거슬려.
      앞으로 어지간해서는 '옳다/바르다'로 피해가야겠다. 쓰고 싶지 않아.

  • 은빛냇물 2009/09/13 14: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것 말고도, '간간히' -> '간간이', '맨날' -> '만날'(맨날은 사투리임.) 띄어쓰기도 틀린 게 몇 있지만, 딱히 언급하진 않겠음.

  • 위상 2009/09/14 03: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맞다의 경우는 내가 보기에 일상 용어로 수정되어도 무방하다고 보는데.

  • 유희 2009/09/15 00: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 덕에 내가 더 많이 배우는거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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